사실 이 영화는 보고 나서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어떤 영화는 보고 나서 감정을 정리하느라 시간이 걸리는데, 《데어 윌 비 블러드 (There Will Be Blood)》는 그 대표적인 작품이었어요. 단순히 한 석유사업가의 이야기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탐욕, 외로움, 신념의 충돌 같은 너무나도 거대한 주제들이 짙게 녹아 있거든요.
아주 조용하게 시작해서, 끓어오르듯 불안하게 진행되고, 마지막엔 폭발하듯 마무리되는 이 영화는 말 그대로 ‘피를 부를 수밖에 없는’ 인간의 본질을 드러내는 작품이었어요. 보고 나면 마음 한켠이 얼얼할 정도로 깊은 여운을 남기죠.
다니엘 플레인뷰, 욕망의 인간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렬하게 다가오는 건 단연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연기한 다니엘 플레인뷰라는 인물이에요. 그는 석유 사업으로 성공한 남자지만, 그 성공 뒤엔 말할 수 없이 복잡하고 어두운 감정들이 숨어 있어요. 그는 강하고 단호하지만, 동시에 끝없는 고독과 증오에 잠식된 사람이에요.
그가 원하는 건 단순한 부가 아니에요. 사람들을 굴복시키는 힘, 그리고 그 안에서 오는 우월감이에요. “나는 다른 사람들이 싫다”고 말하는 그의 대사는, 인간 혐오에 가까운 고독을 드러내면서도, 어쩐지 현실의 일부를 건드리는 듯한 느낌을 줘요.
종교와 자본, 신념의 충돌
영화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축은 엘라이 선데이라는 젊은 목사와의 관계예요. 그는 신을 믿고, 신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움직이려 해요. 반면 다니엘은 돈으로 사람들을 지배하려 하죠. 이 두 인물의 충돌은 단순한 개인 간의 갈등이 아니라, 신념과 이념, 자본과 종교의 대립</strong처럼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 이 둘이 뒤집히는 장면은 정말 소름 돋았어요. 엘라이가 힘을 잃고 무너지는 장면은 자본이 종교를 삼켜버리는 현대 사회의 축소판 같았고, 다니엘의 광기에 가까운 승리는 어쩌면 인간 내면의 가장 추한 승리일지도 몰라요.
아들과의 관계, 진짜 외로움의 시작
플레인뷰에게는 입양한 아들이 있어요. 어린 시절부터 데리고 다니며 자신의 후계자로 키우지만, 그 관계는 겉보기보다 훨씬 복잡해요. 아들이 청각을 잃고 성장해가면서, 둘의 갈등이 드러나죠. 그 순간 느낄 수 있었던 건 가장 가까운 사람조차 믿지 못하고 버려야만 하는 그의 깊은 외로움이었어요.
가장 안타까웠던 건, 플레인뷰가 아들을 ‘사랑했지만, 믿지 못했고, 끝내 이용했다’는 거예요. 그는 가족이라는 울타리조차 비즈니스로 바라보는 사람이었고, 그 안에서 자신이 얼마나 공허한 인간이 되었는지도 모르고 있었죠.
음악과 침묵, 감정을 조율하다
이 영화를 더 강렬하게 만든 건 조니 그린우드의 음악이에요. 때로는 클래식처럼, 때로는 노이즈처럼 들리는 음악이 인물의 불안과 내면을 그대로 전해줘요. 음악이 없는 장면에서도 침묵이 말하는 힘이 정말 크고요. 그 침묵 속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은, 오히려 대사보다도 강한 메시지를 주더라고요.
특히 초반 15분간 대사 하나 없이 인물과 배경만 보여주는 부분은 압권이에요. 오프닝 장면만으로도 이 영화가 얼마나 감정적으로 강한 영화인지 보여줘요. 자연을 배경으로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담담히 보여주는 그 장면, 정말 잊을 수가 없어요.
마지막 대사, “I’m finished.”
마지막 장면에서 플레인뷰는 **“I’m finished.”**라고 말해요. 그 한마디에 모든 것이 담겨 있어요. 그는 모든 걸 가졌지만, 결국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이에요. 권력, 돈, 성공, 복수. 모두 이뤘지만 그는 완전히 고립돼 있고, 텅 비어 있어요.
그 말을 들은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도 살아가면서 수많은 목표를 쫓지만, 그것들이 진짜 우리를 채워주는 건 아니지 않냐고요. 어쩌면 이 영화는 _성공이라는 단어에 도달한 이들이 마주하게 되는 공허_를 말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간단 정리
영화 제목 | 데어 윌 비 블러드 (There Will Be Bloo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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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폴 토마스 앤더슨 |
주요 배우 | 다니엘 데이 루이스, 폴 다노 |
장르 | 드라마, 역사, 심리 |
핵심 키워드 | 욕망, 고독, 종교 대 자본, 인간 본성 |
결론
《데어 윌 비 블러드》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에요. 느리고, 무겁고, 때로는 불편할 정도로 솔직한 영화예요.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강하게 남아요. 다니엘 플레인뷰를 통해 보여준 인간의 민낯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해서 나를 따라다녀요.
만약 여러분이 **인간이라는 존재의 복잡함**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싶다면, 이 영화만큼 좋은 작품은 드물 거예요. 모든 것을 갖고도 끝내 “나는 끝났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 그걸 통해 우리는 묻게 돼요. 나는 어디까지 가고 있는 걸까? 나는 뭘 위해 이렇게 애쓰고 있을까?
FAQ
Q. 영화가 너무 길고 느린데, 어떻게 봐야 좋을까요?
A. 한 번에 다 보지 않아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몰입이에요. 장면 하나하나가 생각할 거리를 주기 때문에, 느리게 감상해도 충분히 가치 있어요.
Q. 영화가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데, 너무 우울하지 않을까요?
A. 우울하기보단 깊이 있다고 느꼈어요. 다만 가볍게 웃고 싶은 날에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어요. 마음이 고요할 때 보는 걸 추천드려요.
Q. 이 영화의 명장면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 저는 마지막 “I’m finished.”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그 짧은 말에 다니엘이라는 인물의 인생이 다 담겨 있었거든요.
Q. 종교적인 내용을 꼭 이해하고 봐야 하나요?
A. 꼭 그렇진 않아요. 종교는 상징적인 소재일 뿐, 더 중요한 건 인간의 내면과 신념의 충돌이에요. 종교를 모르더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어요.
Q. 다니엘 데이 루이스 연기가 그렇게 대단한가요?
A. 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게감이 있어요. 그가 등장하는 장면만으로도 영화 전체가 숨을 죽이는 듯한 느낌을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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